본문 바로가기

(구)서귀포관광극장 이야기

(구)서귀포관광극장

우리나라에서 최고 멋스러운 극장,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아름다운 극장,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극장이지만, 영화 이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극장. 

(구)서귀포관광극장은 서귀포가 읍이던 1963년 서귀포 문화의 선구자적 역활을 책임지고 이 땅에 건립 되었습니다. 건립되는 초기에는 이러쿵 저러쿵 탈도 많고, 말도 많았습니다. 당시 물자가 부족했던 시기라 당연히 예견되었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계획에 의해서 뚝딱하고 지어질리는 당연 만무합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여기 저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영사실 부분만 철근콘크리트로, 이외 무대 벽면 등은 석조 함석 건물의 극장이 완성 되었습니다.

건립 초기 주옥같은 명화로 서귀포 시민들의 눈물샘을 꽤나 자극하며 수건수 배 꽤나 불려주었던 악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때 서귀포관광극장을 스쳐간 수 많았던 명화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정말 그립습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명화들, 김윤복 어린이의 슬픈 일기를 영화화한 저 하늘에도 슬픔이, 전영록 주연의 똘아이, 이승현의 얄개전, 수없이 많은 여성들의 눈물샘 자극한 미워도 다시 한번, 당신만을 사랑해, 오마샤리프가 주연했던 비우, 닥터지바고, 말론 브란도의 대부, 영원한 세기의 연인인 올리비아 핫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 앤드류스의 사운드 오브 뮤직, 미의 대명사이자, 뭇남성들의 영원한 러버 오드리 햅번의 로마의 휴일, 황태자의 첫사랑 등등 이 영화말고도 극장을 거쳐간 수많은 명화들, 언젠가 들었던 혜은이의 리사이틀,그때 들었던 혜은이의 애절한 목소리는 돌담 구멍 구멍마다 살아 숨을 쉬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인생에 있어 턴어라운드가 있다면, 서귀포극장에게 1993년은 서귀포관광극장이암흑의 세계로 넘어가는 턴어라운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까래에 불 붙은 자그마한 불씨 하나가 십 몇 년의 기나긴 여로의 길로 접어들게 했습니다. 서귀포 읍민들의 사랑에 대한 하늘의 질시인가요? 극장은 점점 흉물로 변해가고, 극장은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간혹 호사가들의 기웃거림은 있었습니다. 

누군가 세상사(世上事)는 재미있는 한폭의 드라마라고 했습니다. (구)서귀포관광극장 역시 재미있는 질곡의 여정을 지나 온 것 같습니다. 한때 서귀포 읍민들의 불같은 사랑을 받았던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화마로 인해 흉물이 되어가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는 망각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구)서귀포관광극장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흉물에서 다시 극장으로 대변혁의 드라마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 행복의 섬 프로젝트 between 진행으로 인해 극장안에 예술작품들이 설치되고, 이제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아닌, 예술작품을 감상하러 오는 관객들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극장에서 미술관(?)으로의 변신이련가! 하지만 변신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극장 건물이 안전진단 결과 시민에게 개방할 수 없는 개방불가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서귀포시는 다시 일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하여 보수작업을 한 다음 다시 안전진단을 받은 후 시민에게 개방 했습니다.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공연, 시낭송, 시민들의 동호회의 공연 등 많은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달라진 모습에 환호와 감탄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의 극장이 있을줄이야...!" 라는 감탄사와 함께. 지금은 음악하시는 분들이 서고 싶어 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멋스러운 극장, 중세 유럽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사랑 받는 극장, 극장을 다녀간 모든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극장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