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당미술관 소장품전 <비극의 모라토리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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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1-03-09 ~ 2021-05-16 |
시간 | 오전 9시 0분~오후 6시 0분 |
관람료 | 일반 1,000원, 청소년 및 군인 500원, 어린이 300원 ※ 노인 및 유아 등 무료, 제주특별자치도민 50%감면 |
주최 | 기당미술관 |
문의 | 733-1586 |
비극의 모라토리엄
The Moratorium of Tragedy
잘 지내냐는 인사가 무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의미 없이 건네는 안부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지금의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웃 나라의, 다소 생소한 어느 도시에서 처음 정체불명의 역병이 창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무덤덤했었는데. 끝끝내 우리의 삶과 일상은 침식당했으며, 그 덕분에 불안과 분노, 좌절, 절망과 같은 단어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들의 곁을 늘 서성이며 내근(內勤)하고 있다. 무한대로 분열하는 증식에 떠밀려 지금의 이 세계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유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국가의 경제가 몹시 어려운 국면에 처했을 때, 지금 우리의 현실이 너무 어려우니 갚아야 할 빚을 일단은 유예(猶豫)하겠다는 것이다. 자체로서도 매우 긴박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불의 의무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디폴트(Default)와는 달리 아직 일말의 기대와 의지를 담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수구의 구멍을 일단 막아놓는다고 흘려보내야 할 오수(汚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 눈앞에 닥쳐온 비극을 일단, 막아 세우고 그 정체가 무엇인지 냉정하고 아프게 직면해볼 필요가 있다.
기당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꾸민 이번 전시는 4개의 소주제로 구분하였는데, 첫 번째 <Bionic Shock>에서는 우리를 지금 비극으로 몰고 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충격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두 번째 <슬픔의 시대, 슬픔의 도시>에서는 불안이 만연한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도시의 공허를 소개한다. 세 번째 <유예된 비극>에서는 좌절과 절망, 분노와 우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여 마지막 <태풍이 지나간 뒤>에서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아직은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니 끝내 잡고 싶은 희망에 대한 바람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