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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14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11/18-11/30

· 작성자 : 창작스튜디오      ·작성일 : 2023-11-13 10:51:13      ·조회수 : 6,236     

▶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14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11/18-11/30

 

31.5㎡의 원더랜드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동기가 되고, 목표가 되고 위안이 되기도 한다. 상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꿈꾸거나, 남다른 호기심으로 현실을 확장하기도 하며, 새롭게 구상한 캐릭터나 풍경이 등장시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생각의 도구 혹은 능력이지만 이를 매일 같이 확장하고 수련하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상상력은 그들이 특별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하고, 작품을 만들게 하며 창조적 영감의 근원이 된다.

 

입주작가들을 10개월 동안 31.5㎡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며 수없이 많은 상상을 했을 것이다. 작가들의 인터뷰를 하러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 나는 생각보다 차갑고 삭막한 그들의 작업공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마다 성향, 공간을 사용하는 스타일이나 작업물에 따라 작업실 분위기가 다르다지만 이번 14기 작가들의 작업공간들은 공통으로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작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모두 하나같이 따뜻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성냥팔이 소녀의 동화에서처럼 절실한 성냥개비를 하나씩 꺼내 원더랜드를 불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상은 절실한 가운데 더욱 거대한 원더랜드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작고 삭막한 콘크리트 공간은 매일 밤 각자의 원더랜드가 되어있지 않을까. 나 또한 작업실 문 너머 작가들의 원더랜드를 상상하며 그 문을 노크해 본다.

 

 

김정임 작가는 국제교류전과 국내외 공모전에서 한국 대표 민화 작가로 초대되는 전통 회화의 장인이다. <아침을 깨우다>, <기다림>에서 꽃잎과 바탕의 색은 깊고 고요하다. 작품의 발색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봉채는 뭉뚝한 봉(棒) 형태의 안료로 분채보다 자연색에 가까운 대신 발색의 과정이 숱하고 더디다. 붓질하나에 번짐과 말림이 있고, 그 뒤에 또 하나의 발색 과정이 덧입혀진다. 분채를 사용할 때도 연한 아교 물에 풀어 천천히 색을 쌓아 올린다. 그래서 작가의 민화는 화려함과 동시에 그윽하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작자미상의 미인도를 모사하고 재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색>, <문주란과 여인>, <미인도> 전통 회화기법에 관한 끈질긴 연구임과 동시에 아름다움에 대한 무한한 선망이기도 했다. 작가의 만개한 꽃은 오랜 투병 끝에 깨달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험하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최근 작가가 열중하는 작업은 제주에서 느낀 생명의 아름다움을 먹의 맛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걸매 매화꽃에 빠지다>, <주상절리의 숨비소리> 작품이 그것이다. 바탕이 되는 먹은 광목천에 먹을 염색한 것으로, 수묵의 연한 번짐부터, 붓이 갈라지는 뻑뻑한 먹의 맛까지 풍경에서 비롯된 심상을 극대화했다. 걸매공원 매화꽃이 피고 질 때까지 수없이 현장에서 스케치하며, 느꼈을 싱그러움. 관광객들이 희귀한 바위 모양 주상절리에 집중했을 때 작가의 귀에서는 일렁였던 파도의 숨비소리. 김정임 작가의 원더랜드에서는 생명이 연속해서 피어나고 또 피어나는 싱그러운 자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정임 주상절리의 숨비소리 145.5×112.1cm 광목, 먹, 분채 2023

 

 

이경욱 작가의 커리어는 대부분 일러스트와 각종 브랜드, 음악 앨범, 영화 포스터의 아트디렉팅이었다. 특히 음악과 영화 등 플롯과 진행이 이루어지는 타 장르를 통해 연상된 작업과 또 그 작업물이 다른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형태의 과정에 집중해 있다. 화면을 통해 보이는 영상작업물들은 플롯 연주자인 아내와 함께 작업한 드로잉의 시간성, 음악적 요소를 보여주며, 관람자는 전시되는 결과물이 그려지는 과정을 함께하게 된다. 이경욱 작가에게 음악은 주제임과 동시에 과정이며, 결과물이다. 음악과 영화를 통해 영감을 얻고 연주하듯이 그려내고, 다시 그 과정을 실재 음악연주와 함께 편집하고 재생한다. 그러므로 전시를 보는 관람자는 이경욱 작가의 작품만큼은 보는 것이 아닌 그림을 듣고 느끼고 흥얼거리는 것이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경욱 작가가 제주로 이주하게 된 계기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롯이 자연을 대하고 싶어서였다. 이경욱 작가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자연과 인물, 사람의 얼굴처럼 원초적이고 감성적인 대상이 대부분이지만 음악의 선율과 화음처럼 여러 음의 소리를 짚어내기도 하고 서로 연결되며 꽃처럼 새싹처럼 피어나고 있다. 스크래치 작품<The Musician>은 기존의 라인 드로잉과 달리 계속해서 쌓아 올린 시점에서 시작하여 역행해 나가는 구조이다. 그가 디자이너였을 때나, 여러 브랜드의 디렉터였을 때도 현재 화가일 때도 한결같이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움’과 ‘감성’이었고 이 두 가지는 시간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감정과 잎사귀와 꽃들이 음악처럼 흐르는 이경욱 작가의 원더랜드에서는 이렇게 시간이 쌓이고 있다.

 

이경욱, The Musician, 120×80cm, mixed materials, 2023

 

 

임지연 작가의 도시풍경은 묘하게 안락함을 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도시와 길 그리고 지붕의 모습, 때로는 불안정한 모양도 있다. 멀리서 보면 무작위로 끼워 넣어 하나의 모둠을 완성했을 그것처럼 보이지만 이 풍경의 시작은 연결과 연결에 있다. 모두 다른 것 같지만 서로서로 꼭 껴안고 있는 이 연결과 연결이 결국에는 정육면체의 모습으로 하나의 섬의 형태로 안착한다. 불안한 듯 보이지만 안락함을 주는 것은 바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임지연 작가가 표현하는 것은 이렇게 안락한 상상 풍경이었다. 이러한 연결의 형태는 도시의 요소에서 자연의 요소로 변주되기도 한다. <연결된 풍경>에서는 제주 곶자왈 숲의 뿌리처럼 곡선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빽빽한 미로의 출구에서 나온 것처럼 작품<집>에서는 색과 굵은 선을 사용해 도드라진 공간의 차원을 뒤틀었다. 작가는연속되는 풍경에서 색과 굵은 선을 사용하는 것이 여기 창작스튜디오에서 시도한 큰 도전이자 변화였다고 했다. 기존의 도시풍경에서는 무한한 확장과 증식이 자유를 누렸다면 제주에서의 이 새로운 풍경은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결된 풍경에 색을 더하는 작업은 차원과 차원이 뒤틀려 지는 초입방체 테서렉트 형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임지연 작가가 상상하는 원더랜드는 어느덧 영화 인터스텔라의 외계인이 만든 테서렉트처럼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무한 연결되고 있었다.

 

임지연 연결된 풍경 60x60cm-3개(가로 총 180cm) 광목에 과슈 2023

 

 

황록휴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긴팔원숭이는 작가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자 동시에 우리이다. 도전은 언제나 설렘과 불안함을 동시에 불러낸다. 설렘 51%! 도전!을 택했던 황록휴 작가는 수많은 도전 중에서 서귀포에서의 아늑한 고립감을 주는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로 미디어 캔버스 공모에 당선되었던 영상작품<travler>(2022)에서 처럼 이전의 작품이 호기심의 여정이었다면, 이번 서귀포의 작품은 <온기>, <바람>, <만남>, <Rain Drop>에서는 대상과 직접 맞닿은 순간이나 장면을 클로즈업하면서 대상과 환경에 당당하게 마주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일정한 장소에 놓인 원숭이 캐릭터는 조금씩 대상과의 만남 관계를 시도하고 그 과정의 모습들이 작품 <move>, <stay>, <leave>에서 일기처럼 서술되었다. 서귀포로 내려오게 되면서 만나게 되었던 새로운 사람과 풍경들은 어쩌면 불안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마주하게 될 도전들이 황록휴 작가에게는 여행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그 기대와 상상이 장지 위에 차곡히 쌓이고 있다. 작가가 한국 전통문화 고등학교에서 처음 접하기 시작한 한국화의 재료들은 차분하고 은은하게 배어나는 안정감을 주어 상상의 여정 공간을 꾸미기에 최적의 재료라고 생각해 아직까지 장지와 분채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미디어는 영상 애니메이션이라고 했다. 황록휴 작가의 원더랜드는 추억이 방울방울 서려 있는 장지 화폭을 지나 도전의 여정에서 만나는 불안과 설렘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상상의 여정일 것이다.

 

황록휴 존재만으로 91.0 × 91.0cm 장지에 채색 2023

 

 

 

 
 

 

 

· 첨부 #1 :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도록.pdf (62 MBytes)

· 첨부 #2 : 2_리플렛_31.5제곱미터의 원더랜드.pdf (4 M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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