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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전 [ 서書의 향기, 고전古典의 깊이 ]

· 작성자 : 소암기념관      ·작성일 : 2024-05-13 15:10:03      ·조회수 : 975     

 

 

2024년 소암기념관 소장품전

 

의 향기, 고전古典의 깊이

 

 

 

 

소암 현중화 <고서성유미古書成有味>, 32×128cm, 1980년대, 소암기념관 소장

 

 

고전古典이란, 오래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공간을 관통하여 지금까지도 인정받는 위대한 작품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고전은 오랜 시간과 다양한 문화의 교차검증을 버텨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관계론적 철학에 중심을 두고 있는 동양고전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이치에서부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맺는 수많은 관계關係를 탐구해왔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라는 구절을 쓴 작품이 있습니다. ‘덕德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는 뜻을 가진 이 글귀는 故신영복 선생의 해석에 따르면 덕성德性은 곧 인성人性이며, 이는 곧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인간관계라는 관계성의 실체로 보는 것이라 했습니다. 동양고전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어떤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구해왔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암 현중화 선생이 서書로 풀어낸 다양한 고전을 통해 그 안에 담긴 통찰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어떤 작품이 고전(古典, classic)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과 철학을 말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을 접한 여러 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르게 해석되고, 작품에 담긴 문제의식에 대해 저마다의 답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노자老子, 묵자墨子 등 춘추전국시대 탄생한 사상들에서 시작하여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위시로 한 유교儒敎의 경전들, 왕희지의 유묵遺墨, 도연명陶淵明, 두보杜甫, 이백李白, 소동파蘇東坡의 위대한 문장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같은 우리의 고전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쳐 겹겹이 쌓인 그 깊이가 지금 2024년에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지 바야흐로 호시절好時節에 실려오는 서書의 향기와 함께 사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논어論語

 

논어論語는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孔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경전입니다. 공자 사후 스승과 제자 사이에 오갔던 문답을 중심으로 ‘학이편學而篇’부터 ‘요왈편堯曰篇’까지 20편, 482장, 600여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여러 종류의 논어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 전해지는 것은 전한前漢 말 장우張禹가 편집한 것입니다. 공자는 법과 제도보다 사람을 중시했고, ‘덕德’과 ‘의義’가 중심가치가 되는 이상사회를 꿈꾸었는데, 이러한 사상과 가르침이 녹아있는 책이 논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과의 접촉이 활발해지고 통치질서와 정치윤리에 대한 요구가 드높아가던 삼국시대에 유교의 전래와 함께 전해졌습니다. 오경五經보다 사서四書를 중시하는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시골 벽촌의 어린 학동들까지 배웠을 정도로 중요한 경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학이편을 시작하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불역열호不亦悅乎 - 배우고 틈나는대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문장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암 현중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 온고지신溫故知新>, 32×126.5cm, 1965년, 강상준 기증

 

 

 

소암 현중화 <논어論語 이인里仁篇 - 덕필고德不孤필유린必有隣>, 34×134cm, 1975년, 김원범 기증

 

 

중용中庸

 

중용中庸은 사서四書의 하나로, 유교의 철학적 배경을 천명한 경전입니다. 송나라 주희朱熹가 예기禮記 49편 가운데 대학大學, 중용을 떼어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사서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용이라는 단어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남에게 베푸는 말과 행동에 부족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것인지를 살펴서, 상황에 맞는 적절함(中)을 행함을 말합니다. 중용은 전체 33장으로, 전반부는 중용 또는 중화中和를 말하고 후반부는 성誠(중용을 이루는 방법 - 정성스러움과 성실함)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첫 장에서 ‘하늘이 명命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하였다.’라는 부분은 유교철학의 출발점과 그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어 유교의 개론서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며, 성리학이 중용에 근거했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많은 유학자들이 중용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소암 현중화 <중용中庸 제 20장 中 - 기백지己百之>, 33×128cm, 1972년, 김승근 기증

 

 

채근담菜根譚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明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洪自誠이 저술한 책입니다. 전집 225장, 후집 134장 총 359장으로 구성되었고 주로 전집은 사람들과의 교류, 후집은 자연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였습니다. 채근담의 채근菜根은 ‘나무뿌리’라는 뜻이고 담譚은 ‘이야기’를 의미하는데, 송나라 왕신민汪信民의 ‘사람이 항상 나무뿌리를 씹어먹고 사는 것처럼 인생을 견디어 갈 수 있으면 능히 백 가지 일을 이룬다.’라는 말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각 장이 간결한 청언淸言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풀이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정도의 쉬운 문체로 쓰여있습니다. 심오한 경지나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밝힐 때도 비유와 대구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사상의 근본은 유교에 두고 있지만 도교와 불교의 보편적인 진리까지 조화시키고 있어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한 인간 생활에 폭넓은 가르침을 줍니다. 우리나라에는 18세기 처음 소개되었고, 1917년 만해 한용운과 1959년 시인 조지훈의 번역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소암 현중화, <채근담菜根譚 中 - 정중동靜中動>, 68.5×35cm, 1980년대, 김승근 기증

 

 

 

소암 현중화, <채근담菜根譚 中 - 총욕불경寵辱不驚>, 33×102cm, 1982년, 김승근 기증

 

 

도연명陶淵明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시인입니다. 본명은 도잠陶潛이고, 오류五柳선생으로도 불렸습니다. 육조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입신의 포부를 품고 29세에 관직에 올랐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41세 때 고향으로 돌아가 은일隱逸의 선비로 지내다가 63세에 생을 마쳤습니다. 그는 고향에 논밭을 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전원田園시인으로 맑고 깨끗한 시를 많이 썼습니다. 당대 유행하던 화려하고 형식적인 변려문隱逸을 따르지 않고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표현법을 구사하였으며,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는 쉽고 익숙한 문자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사언시四言詩 9수와 오언시五言詩 120수가 전하며, 대표적으로는 그가 팽택 현령縣令을 끝으로 관직을 포기하고 낙향할 때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비롯하여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귀원전거歸園田居, 술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음주飮酒 등이 있습니다.

 

 

 

소암 현중화, <도연명陶淵明 - 귀거래사歸去來辭>, 112×34cm×10폭, 1984년, 김승근 기증

 

 

 

소암 현중화, <도연명陶淵明 - 적선운유보積善云有報>, 140×67.5cm, 1990년, 제주소묵회 기증

 

 

이백李白

이백(李白 701-762)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자 문학가이며 이태백李太白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데 태백太白은 그의 자입니다. 두보杜甫와 함께 한시 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되며,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시를 완성했던 두보에 비해 술과 달을 벗 삼아 기분 내킬 때 즉흥적인 작시作詩를 즐겼던 이백은 그에 어울리게 시선詩仙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젊어서는 여러 나라를 유람遊覽했고, 출사하여 당현종唐玄宗과 양귀비의 총애를 받기도 했으나 안사의 난 등으로 불우한 말년을 보내다가 62세에 생을 마쳤습니다. 이백은 고시古詩와 절구絶句를 특기로 했는데, 그의 시는 스케일이 크고 박진감이 있으며 현실을 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성품이 호방하고 자유로웠으며 술과 달을 매우 사랑하여, 그가 뱃놀이를 하며 취흥에 젖어 강에 비친 달을 보고 그것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산중문답山中問答, 청평조사淸平調詞 등이 전해집니다.

 

 

 
소암 현중화, <이백李白 동노문범주東魯門泛舟 - 일락사명日落沙明>, 108×32.5cm×2폭, 1982년, 류봉자 기증
 
 
 
소암 현중화, <이백李白 - 아미산월蛾眉山月>, 35×135cm, 1983년, 소암기념관 소장
 
 
두보杜甫

두보(杜甫, 712 – 770)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으로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야로少陵野老입니다. 중국 한시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시성詩聖으로 불리며, 그의 작품을 두시杜詩 혹은 시사詩史라고 합니다. 이백과 함께 이두李杜로 일컬어지며 당시 고통받던 민중들의 애환과 삶을 시로 묘사해낸 민중의 시인이기도 합니다. 이백과는 달리 안사의 난이 기회가 되어 관직에 오르기도 하였으나, 강직한 성품으로 인해 부조리한 관료체제에 염증을 느껴 청두에 완화초당浣花草堂을 세우고 은거하기도 하고 이후 방랑을 거듭하다 58세에 생을 마쳤습니다. 두보는 율시律詩를 완성하고 종래의 문학전통을 집대성하여 서정시와 서사시를 재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엄격한 형식을 갖추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였고 표현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특히, 백성들의 가난하고 궁핍한 삶의 애환을 살피고 고위층의 부패한 사회상을 비판하는 시를 많이 썼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강벽江碧, 춘망春望, 등악양루登岳陽樓 등이 있습니다. 

 

 

 

소암 현중화, <두보杜甫 - 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 134×54cm, 1980년대, 문희중 기증

 

 

 

소암 현중화, <두보杜甫 - 삼야빈몽군三夜頻夢君>, 65×25cm, 1979년, 김순택 기증

 

 

소동파蘇東坡

소동파(蘇東坡, 1037–1101)는 중국 북송시대의 시인이자 사상가, 학자입니다. 본명은 소식蘇軾이나 스스로를 동파거사로 칭했기 때문에 소동파蘇東坡로 많이 불립니다. 저명한 문인 가문에서 태어나 구양수歐陽脩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22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올랐습니다. 이후 한림학사翰林學士의 지위에 까지 오르나 왕안석王安石이 주창한 신법新法의 찬반에 따른 당쟁으로 인해 많은 정치적 부침을 겪습니다. 1097년에는 중국 최남단인 해남도(하이난성)까지 유배를 갔으며 귀양길에서 돌아오던 중 66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습니다. 소동파는 송시宋詩의 성격을 확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대문장가였으며 서예와 그림에도 뛰어났습니다. 시문서화詩文書畵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남겼으며, 좌담座談에 능하고 유머를 좋아하여 주변에 많은 문인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서정적이었던 당시唐詩에 비해 그의 시는 철학적 요소가 짙었고, 새로운 시경詩境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적벽부赤壁賦가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소암 현중화, <소동파蘇東坡 - 전적벽부前赤壁賦>, 115×35cm×8폭, 1988년, 소암기념관 소장

 

 

 

 

 

 

소암 현중화 <을지문덕乙支文德 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 - 신책구천문神策究天文>
136×62cm, 1993, 제주소묵회 기증

 

 

 

 

소암 현중화, <주역周易 건괘편乾卦篇 - 천행건天行健>, 16.5×32.5cm, 1974년, 김승근 기증

 

 

 

 

소암 현중화, <시경詩經 中 - 만수무강萬壽無疆>, 32×120.5cm, 1972년, 김승근 기증

 

 

 

 

소암 현중화, <한무제漢武帝 추풍사秋風辭 - 상행행하동上行幸河東>, 135×670cm, 1988년, 소암기념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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