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 섬에 든 달과 물과 돌> 전시 알림

· 작성자 : 소암기념관      ·작성일 : 2021-05-27 13:46:00      ·조회수 : 3,590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섬에 든 달과 물과 돌

제주, 고립의 섬에서 선망의 섬이 되다.

예로부터 제주는 바다를 경계로 본토와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었다. 특히 중죄를 범한 이들의 유배지였으며 섬에 드는 길조차 매우 험난하여 스스로 섬에 들어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인조 7년(1629)에는 제주인들이 섬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출륙금지령(出陸禁止令)이 내려졌다. 본토와 격리된 절해고도(絶海孤島) 제주는 근 200년 동안 아무도 떠날 수 없었던 창살 없는 감옥이자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피하고만 싶은 변방이었다. 그들에게 바다는 닫힌 세계였고 돌과 바람은 척박함의 상징이었다. 허나 지금의 제주는 그때와 다르다.

고립과 단절의 땅이었던 제주는 언젠가부터 누구나 가고 싶고,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선망의 섬이 되었다. 자신의 일상을 떠나 제주에 한 달 혹은 일 년 정도 살아보는 열풍이 불었고 제주의 전입인구가 급속히 늘면서‘제주살이’([명사]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제주로 이주하여 사는 생활)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다. 제주는 같은 한국이지만 바다 너머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곳이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별세계이다.

지금의 제주 바다는 열린 세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며 돌과 바람은 이색적인 풍광으로 많은 이들을 섬으로 이끈다. 특히 이국적 풍취와 자연이 지닌 원초적 아름다움은 예술가의 감성과 오감을 자극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청정한 바다와 하늘, 생명력 넘치는 숲에 매료되어 제주에 든다. 이번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 섬에 든 달과 물과 돌>에 참여한 작가 3인 권세혁, 김현철, 조윤득은 자신만의 심미안(審美眼)으로 제주를 그린다. 


섬에 든 작가들이 제주의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만난 달·물·돌은 또 다른 제주섬이다.

권세혁 작가는 서귀포에 정착한 이주작가이다. 서울에서 산을 그리던 작가는 제주섬으로 들어 달을 그린다. 작가의 달은 기본이면서 완벽한 형태를 갖춘 구(球) 모양인 보름달로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다. 일전에 작가에게 달 중에서도 보름달만 그리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작가는 제주로 오기 전 목탄 작업을 하던 중 재료의 한계성을 느껴 최대한 많은 색을 써보고 싶었다고 한다. 더불어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색을 담을 조형으로 원을 택하게 되면서 그의 달 작업이 시작되었다. 달은 색의 파노라마처럼 모노톤부터 강렬한 원색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담은 듯 매우 다채롭다. 달은 색에 따라 은은하게 비추는 희망의 달이 되었다가 욕망과 탐욕으로 물든 붉은 달이 되기도 한다.

섬에 든 작가는 달 속에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새긴다. 작가는 바람 소리와 사시사철 푸른 나무, 서로 뒤엉킨 숲속에 넝쿨 등 제주 곳곳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특히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들이 깨어남을 느꼈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은 시각이었다. 작가는 이전과는 다른, 아주 과감한 색으로 제주 섬살이의 기억을 새기고 있다. 영롱한 빛과 색으로 재탄생한 달은 ‘제주의 달’이자 작가 내면에 깃든 섬이다.

               

                               

 <MOON>, 코튼에 아크릴릭, 120x120cm, 2018/ 2020/ 2020


김현철 작가는 2011년 제주현대미술관 작가 레지던시를 계기로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이때, 그의 작품 안에 청량감이 감도는 푸른 바다와 무한의 공간을 상상케 하는 수평선이 들어왔다. 그와 섬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제주 시기를 기점으로 변화된 화풍은 우연이 아닌, 20여 년 동안 진경산수(眞景山水) 연구로 축적된 산수 정신의 발현이자 완성이었다. 작가는 1990년대부터 전통 산수화 연구에 매진하였고 그림 속 장소들을 답사하였다. 육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섬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풍광을 눈에 담았던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지 않고 더욱더 선명해지는 바다와 수평선만을 남기곤 과감히 화면 안에 모든 것을 지우고 비워냈다. 푸른 안료가 겹겹이 스미고 배여 비로소 완성된 그의 바다는 청명한 대기의 기운과 울림으로 가득하고 물빛과 하늘빛 사이 수평선은 보는 이의 마음을 보듬어 평온하게 한다.

최근 작가는 제주의 밤바다를 그린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하늘과 달빛에 은은히 빛나는 바다는 고요함 그 자체이다. 작가의 감성과 섬의 시공간이 함축된 바다는 간략한 묘사로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여운은 짙고도 깊다. 실경(實景)보다 심경(心景)으로 그린 작가의 물빛에는 제주 인상이 깊게 스며있다.

             

     

위) <제주바다>, 아사천에 수묵채색, 91×116.8cm×3ea, 2021.

좌) <산방산>, 아사천에 수묵채색, 50×72.7cm, 2020 / 우) <달빛>, 아사천에 수묵채색, 60.6×91cm, 2020


조윤득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돌 구들에서 태어나 죽어선 자갈밭에 묻히고, 그 무덤도 돌로 쌓은 산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실로 생(生)과 사(死)를 돌과 함께한다. 작가가  ‘제주 돌’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고 작품 세계를 이어온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닌, 그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오랫동안 돌 작업에 천착하여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창조했다.

작가는 돌을 통해 섬의 역사와 정체성부터 아름다움까지, 진정 제주인만이 알 수 있는 섬의 속살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것이 돌담이다. 모난 돌을 얼기설기 쌓아 올린 돌담은 섬 전체를 굽이쳐 흐르며 사시사철 제주의 풍경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작가는 진즉 돌담의 매력에 빠져 다양한 조형 작업을 시도했으며 돌담 사이로 보이는 풍경을 마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것처럼 포착하여 자신만의 제주 풍경을 만들었다. 이처럼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다른 이들이 놓치기 쉬운 시선들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때로는 <SALE JEJU>처럼 섬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기도 한다. 섬에 깊이 뿌리를 내린 작가는 흙의 기운을 받으며 묵묵히 제주를 빚는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돌은 작가 자신이자 또 하나의 섬이며, 섬에게 건네는 그의 고백이다.

                            

                          

위    좌) <제주바당>, 조합토, 455×170cm, 2017 / 우) <SALE JEJU>, 조합토, 2021

아래 좌) 전시전경 / 우)돌담사이로 2, 3, 조합토, 2021


21페이지 / 현재 1페이지

공지사항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첨부 작성자 작성일 조회
201 ▶ 소암기념관 일부휴관에 따른 관람안내.. 소암기념관 2024-04-05 657
200 소암기념관 설연휴 운영안내 소암기념관 2024-02-07 3139
199 ▶ 소암기념관 신소장품전 [ 묵墨의 노래, 획劃의 춤 .. 소암기념관 2024-01-29 4175
198 소암기념관 전시교체에 따른 관람안내.. 소암기념관 2024-01-22 3167
197 소암기념관 1월 1일 휴관안내 소암기념관 2023-12-28 3512
196 개관기념전 [ 평보 서희환, 붉혀 밝힌 한 밝 땅에 ].. 소암기념관 2023-11-05 5837
195 소암기념관 추석연휴 운영안내 소암기념관 2023-09-25 4064
194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수강생 선발결과.. 서귀포시 2023-09-05 4279
193 소암기념관 소장품전 <계절사색四色·思索>.. 소암기념관 2023-09-04 5316
192 전시교체에 따른 관람제한 안내 고준휘 2023-08-28 4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