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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전 [ 경운조월, 구름을 일구고 달을 낚다 ]

· 작성자 : 소암기념관      ·작성일 : 2024-07-16 13:49:14      ·조회수 : 1,503     

 

 

2024년 소암기념관 소장품전

경운조월, 구름을 일구고 달을 낚다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성은 텅 빈 채 하늘엔 한 조각 달만 걸려있고,

바위는 오래되어 금이 갔는데, 구름은 천 년을 흐르는구나

_목은牧隱 시 부벽루浮碧樓 中

이 시는 고려 말기 성리학자인 목은 이색李穡이 원나라에서 돌아오던 중 평양 부벽루에 올라 인생과 인간사의 무상함을 읊은 오언율시입니다. 부벽루에서 바라본 고려의 성곽은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려 고요한데 하늘에는 조각달이 쓸쓸히 떠 있고, 인간이 깎아낸 바위는 풍파에 금이 가고 깨어졌지만 구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천 년 세월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변하는 것은 인간이고 흘러가는 것은 역사이나, 무심히 유구한 것은 달과 구름입니다.

 

 

 

소암 현중화, <작과영명사昨過永明寺>, 1991년, 194×67cm, 종이에 먹

 

 

 

 

소암 현중화, <운세이봉완雲勢移峰緩>, 1983년, 34×135cm, 종이에 먹

경운조월耕雲釣月, 구름을 일구고 달을 낚는다는 의미의 이 글귀는 우리 선조들이 하늘에 뜬 달과 흘러가는 구름에 대한 애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름을 일구어도 거둘 수 있는 것은 없고, 달을 낚아보아도 잡히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언덕에 덮인 흰 구름은 아무리 일구어도 다함이 없고, 못에 가득한 달은 아무리 낚아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滿塢白雲耕不盡, 一潭明月釣無痕. 속세의 영욕에 얽매이지 않고, 고답高踏을 누리고자 한 마음을 변치않는 구름과 달의 고고함에 빗대어 표현했다 하겠습니다.

 

 

 

소암 현중화, <반운조월畔雲釣月>, 1979년, 35×132cm, 종이에 먹

 

 

소암 현중화, <우야간월雨夜看月>, 1980년, 32.5×130cm, 종이에 먹

 

 

 

금봉 박행보, <월매月梅>, 1978년, 30×45cm, 종이에 채색

 

이렇듯 구름과 달은 예로부터 예술의 소재로서 다양한 의미와 상징으로 변주되어 왔습니다. 달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밝히는 희망으로써 간절히 원하는 ‘님’의 표상을 넘어 진리와 깨달음의 빛이 되기도 합니다. 광명과 청정, 유현幽玄과 고독의 정조를 담은 달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구름은 보다 다층적인 심상을 품고 있다 하겠습니다. 선조들은 구름을 해와 달을 가리는 고난과 근심의 의미로서 경계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산천에 구애받지 않고 떠다니는 구름의 자유로움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서 표현된 구름과 달은 여러분께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지요?

 

 

 

 

소암 현중화 <심여운수心如雲水>, 1960년대, 32×120cm, 종이에 먹

 

 

 

소암 현중화 <나옹혜근 시 월야유적선지月夜遊積善池>, 1980년대, 115×33.5cm×10폭, 종이에 먹

 

 

 

 

소암 현중화, <운과지선심雲過知禪心>, 1984년, 134.5×49cm, 종이에 먹

 

 

 

 

소암 현중화, <사청사우乍晴乍雨>, 1980년, 28.5×236cm, 종이에 먹

 

 

 

 

소암 현중화, <청풍불백월淸風不白月>, 1990년대, 35×135cm, 종이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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