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관기념전 [ 청전 이상범, 황량한 벌판에서 ]
· 작성자 : 소암기념관 ·작성일 : 2024-09-15 10:58:46 ·조회수 : 383
2024년 소암기념관 개관기념전
서귀소옹西歸素翁 & 20세기 서화거장書畵巨匠 IX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 황량한 벌판에서
산수화山水畵의 과녁은 영성靈性과 같은 사물事物의 내면에 있습니다. 이것이 대상 재현을 목적으로 하는 서양 풍경화와 다른 지점입니다. 그런 만큼 동양 사람들은 산山, 나무木, 물水, 하늘天을 지필묵紙筆墨으로 ‘그리면서’ 자신의 감정과 영성을 산수의 내면과 일체시켜냅니다. 천지자연의 이치理致가 인간의 본성本性과 둘이 아닌 것입니다.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1897~1972)의 ‘청전산수靑田山水’는 망국亡國 분단分斷 시공의 황량荒凉한 마음을 실존의 산, 나무, 강, 초가, 촌로村老를 가지고 독보적인 ‘청전준법靑田皴法’으로 그려낸 결정입니다. 이미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은 1939년 『문장』에 쓴 「청전 이상범론」에서 “그는 일찍이 심전 안중식 문하에서 사사하였으나, 지금 그의 화면에서 털 올 만큼도 심전의 화법을 그대로 전수한 곳은 없다. 그 평원한 제재로부터 유현한 발묵법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청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통찰해낼 정도입니다.
이러한 ‘청전산수’의 언어는 초기(2·30대, 1920~30년대) 관념적인 고전의 모방 시기와 중기(4·50대, 1940~50년대) 관념과 사실의 과도기를 거쳐, 후기(6·70대, 196~70년대)에 이르러 독보적이고 사실적인 사의산수寫意山水로 완성되었습니다. 도골선풍道骨仙風의 ‘소암체素菴體’ 역시 일본 유학을 통한 고전古典 습득과 귀국 후 제주 자연과 일체화된 필획筆劃의 서언어書言語 창출에 방점이 찍힙니다. 요컨대 청전과 소암은 20세기 식민지와 서구화의 광풍狂風을 오직 필묵筆墨으로 ‘그리고’‘쓰면서’ 정면으로 살아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청전과 소암의 그림과 글씨 속에서 동서문명이 대전환하는 20세기 한국의 근현대 시대 사회가 어떻게 드러나 있는지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시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의 소주제로 구성하였습니다.
1. 금강화金剛畵, 한라서漢拏書
2. ‘청전산수靑田山水’의 궤적
3. 교유交遊
4. 사시사철 – 청전靑田과 소암素菴
1. 금강화金剛畵, 한라서漢拏書
금강산과 한라산은 남북분단의 상징이자 남북통일 염원의 노래입니다. 그런 만큼 식민지와 분단의 시대를 관통해온 이 땅의 작가들에게 금강산과 한라산의 노래는 예술을 넘어 신앙이 되었습니다. 청전靑田은 1940년대 전후 금강산과 같은 우리 산천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체화體化시켜내면서 초기 관념산수의 모방에서 벗어나 후기 독보적인 ‘청전산수靑田山水’로 도약합니다. 이 지점에서는 청전이 곧 금강산이 된 것입니다.
청전 이상범, 금강산도金剛山圖, 75.3×28×7폭, 1950년대, 비단에 수묵채색, 인주문화재단 소장
소암素菴에게도 역시 한라산은 그의 예술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한라산 넘어갈 때 올 때 다 공부해요. 초목과 모든 것이 다 이렇구나 생각해요. 쑥대나무 백양나무는 쭉 올라가고, 소나무는 구불구불하고, 구름도 그래요. 그러니 이걸 배우다 보면 자연히 통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소암체素菴體’의 야일野逸한 아름다움의 텃밭이 바로 한라산입니다.
‘청전산수靑田山水’의 언어는 화풍과 소재의 변화에 따라 대체로 모방기→ 과도기 → 완성기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초기(2·30대, 1920~30년대)는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을 사사하면서 조선미술전람회朝鮮美術展覽會를 통해 남북종화南北宗畵를 혼융한 관념적인 고전의 모방과 재해석 작품을 다수 발표한 시기입니다. 특히 ‘동연사同硏社’를 조직하여 유화 캔버스의 화풍과 같은 서양화법까지 받아들이고, 제화시題畫詩를 과감히 생략하면서 서書와 화畵의 본격적인 분리를 주도하였습니다.
청전 이상범, 추림모옥秋林茅屋, 144.2×55.2cm×2폭, 1922년, 한지에 수묵담채, 인주문화재단 소장
중기(4·50대, 1940~50년대)는 관념 산수에서 실존의 산, 나무, 농촌, 촌로와 같은 사실적인 소재를 사의산수로 재해석 해낸 과도기입니다. 특히 망국과 분단 시공의 황량荒凉한 마음을 스승 심전心田의 영향권을 벗어나 독자적인 발묵發墨과 준법皴法, 소소밀밀한 공간경영으로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원래 남화南畵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소원은 중국이나 일본의 화풍을 그대로 옮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해 보려는 데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즐겨 그린 소재들이 한국의 자연 풍경이었다. 한 봉우리의 뫼 뿌리나 한 그루의 나무에도 한국적인 정서를 풍겨보고 싶었다.”
_청전 이상범, 1957. 11. 15, 「공로상을 받고」『서울신문』中
청전 이상범, 기국연년杞菊延年, 125×31.5cm, 1946년, 종이에 수묵담채, 미술관 솔 소장
청전 이상범, 설경산수雪景山水, 18.7×137.8cm, 1948년, 종이에 수묵담채, 인주문화재단 소장
후기(6·70대, 1960~70년대)는 독보적인 ‘청전산수靑田山水’의 완성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전은 사실과 추상의 유화油畵시대를 이합집산離合集散의 공간경영과 유무상생有無相生의 20세기 ‘필묵사의筆墨寫意’로 대항하며 끝까지 맞서 싸워냈습니다.
청전 이상범, 추경秋景, 106×159cm, 1948년, 종이에 수묵담채, 남가람박물관 소장
청전 이상범, 설경雪景, 63×187cm, 1963년, 종이에 수묵담채, 인주문화재단 소장
“화면은 뭉쳤다가 스르르 풀리도록 하고, 풀렸는가 하면 어느듯 뭉쳐지고, 뭉쳤는가 하면 또한 스르르 풀리도록 처리하라.”
_청전 이상범, 1971년, 「나의 교유 반세기」『신동아』中
청전 이상범, 모추暮秋, 60×128, 196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인주문화재단 소장
3. 교유交遊
일제강점기 화가들의 공통적 고민은 그림언어로 자아自我의 존재를 여하히 표출해 낼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전통의 창조적 계승은 물론 서양화나 일본화의 수용과 주체적인 재해석이 그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산천과 삶을 어떻게 재해석해 내는가 하는 향토색鄕土色의 문제는 ‘선전鮮展’의 시작부터 1930,40년대는 물론 해방 후 ‘국전國展’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 아카데미즘 예술의 최대 난제였습니다. 청전을 비롯한 변관식, 노수현, 오일영, 박승무, 고희동, 이병직, 이용우, 허백련, 오세창, 김기승 등과 같은 작가들은 함께 필묵筆墨을 들고 서화書畵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망국기亡國期를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청전 이상범 외, 합작도合作圖, 40×159, 시대미상, 종이에 수묵채색, 영남대학교박물관 소장
청전 이상범 외, 합작도合作圖, 135×35cm×10폭, 1950년대, 종이에 수묵담채, 개인소장
“산은 언제나 그 뒷면에 있는 법이니 뒤로 넘어간 느낌이 있어야 하며 수목은 그 수목을 통하여 바람이 슬슬 불 것 같이 그려야 하며 점경은 인물이 화면에서 오물오물 움직일 것 같이 배치하고 화면의 모든 것은 이것이 나무고 저것은 바위이고 하는 식으로 구별을 심하게할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리도록 하여야한다. 화면은 뭉쳤다가 스르르 풀리도록 하고 풀렸는가 하면 어느덧 뭉쳐지고 뭉쳤는가 하면 또한 스르르 풀리도록 처리하라.”
_청전 이상범, 1971년,「나의 교유 반세기」『신동아』中
4. 사시사철 – 청전靑田과 소암素菴
산수화山水畵의 생명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생생활활한 자연의 섭리를 나의 성정, 기질과 어떻게 일치시켜 그려내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청전靑田과 소암素菴의 필묵은 이런 측면에서 20세기 서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확실히 삶이란 것은, 더욱이 노년기의 삶이란 것은 젊은 시절의 사건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의욕을 씻고 담담하게 시간을 바라보게 하는 일면이 있는 것 같다. 생도 저 구름처럼, 저 이파리처럼 하나의 형상인 것이다. 그래서 고인들은 변화가 적은 산을 소재로 택했던 것 같다.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불변을 알아야 했을 것이다.”
_청전 이상범, 1971년, 「나의 교유 반세기」『신동아』中
청전 이상범, 춘경春景, 33.5×67.5, 1954년, 종이에 수묵채색, 인주문화재단 소장
소암 현중화, 유춘留春, 33×128cm, 1987년, 종이에 먹, 소암기념관 소장
청전 이상범, 산고수장山高水長, 44×97, 1961년, 종이에 수묵채색, 인주문화재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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