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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집,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8_7코스: 서귀포 영화촬영지

· 작성자 : 관광진흥과      ·작성일 : 2020-11-19 15:34:12      ·조회수 : 23     

제주 어디나 촬영장소 아닌 곳이 없다. 영화, 예능, 드라마뿐 아니라 웨딩 촬영, 우정 스냅, 프로필 등 저마다의 인생 샷을 찍으러 제주도로 온다. 이번 여행은 이미 영화가 되었거나 영화가 될 곳으로 떠나 본다. 이 여행의 주인공은 바로 나, 하나의 여행은 한 편의 영화가 될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될 여행

오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글, 사진 : 여행칼럼니스트 송세진

 

 

서연의 집 전면 창

 

 

 

첫사랑의 영화, 서연의 집

 

서연의 집

영화 [건축학개론]이 나온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이 영화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첫사랑을 소환했고, 학창시절 친구들을 떠올렸고, 무슨 이유인지 술을 마셨다. 처음엔 그저 밋밋한 추억팔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두 번쯤 더 보는 동안 해석이 달라지고, 마땅히 이를 대체 할만한 첫사랑 영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뒤늦게 별다섯 개 평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영화에는 두 명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네 사람과 영화가 배출한 스타 납득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강력한 조연이라 할 수 있는 [서연의 집]이 있다. 이 집은 두 주인공을 묶어주는 강력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좌)서연의 집 건축가, 감독, 배우의 핸드프린팅                               (중) 서연의 집 계단실                                                 (우) 서연의 집 옥상뷰

 

첫사랑 서연의 집은 영화에서처럼 위미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카페 입구에는 배우, 감독의 핸드프린팅이 걸려있다. 이 다섯개의 손바닥 중 제일 앞에 있는 것이 구승회 건축가의 손바닥이라는 점, 영화에서 공간의 비중을 짐작하게 한다. 이제는 영화 내용을 대부분 잊었지만 이곳에 오면 영화를, 각자의 첫사랑을 다시 생각한다. 여기에 영화를 보았던 그때마저 추억이 되어 버렸다. 서연의 집 곳곳에서는 영화의 장면, 대사를 곱씹을 수 있고,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아련한 정서를 자극한다. 특히 1층 정면의 바다를 향해 난 창은 영화에도 주요 장면으로 등장하였는데, 이제는 여행자들의 포토존이다. 여기서 사진을 찍을 땐 선택의 기로에 선다. 바깥으로 보이는 바다를 예쁘게 담자니 사람이 검게 나오고, 사람이 잘 나오게 하려니 창밖 풍경이 허옇게 날아가 버린다. 괜한 카메라 탓할 필요 없다. 원래 인생은 선택이니까, 첫사랑도 그거 아닌가?  

 

 

가족 영화, 표선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

이 동그란 원형의 바다는 언제나 조용하다. 물놀이 여행자가 많을 때도,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이 바다에 많을 때도 한가한 기분이 든다. 넓고 하얀 모래사장과 멀리 보이는 수평선,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수평선 가까이 바다색은 제주의 바다색이 분명한데, 청록의 깊이감이 느껴지려면 시야를 꽤 멀리 둬야만 한다. 그만큼 물이 얕다. 백사장이 16만 제곱미터나 되는 넓은 해변인데 평균 깊이가 1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웬만한 날씨에는 파도도 잔잔하다. 물이 빠지는 날에는 모래사장이 더 많이 넓어진다. 바다가 아니라 호수처럼 보일 때도 많다. 그래서 조용하다. 조용하지 않은 날도 조용한 듯 느껴진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해양스포츠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보트라도 타려면 모래사장에서 조금 멀리 나가야 한다. ‘꺅! 꺅!’ 소리는 들릴 일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오기에는 좋다. 바닷가에 정리해 놓은 슬리퍼 세 켤레, 흐트러지면 없어지기라도 할까 봐 쌓아 놓은 모습이 귀엽다. 영화를 찍는다면 가족영화가 어울리겠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이 근처에서 [나쁜 놈은 죽는다]라는 영화 촬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중 합작영화였는데 우리 나라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음…….가족영화가 아니어서였을 거야.’ 라고 혼자 결론을 내버렸다. 이렇게 단순한 해안선을 가진, 감성적인 바다에서는 가족 영화를 찍으시라고요!   

 

표선해수욕장

 

사실 ‘촬영지’ 하면 표선해수욕장 길 건너에 있는 제주민속촌이 있다. 제주의 옛집을 옮겼고 실제 사용하던 골동품들도 그대로 있어 옛 탐라로의 타임슬립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때문에 제주를 배경으로 한 사극들은 다 한번씩 이곳을 스쳐갔다. [대장금], [거상 김만덕], [탐라는도다] 등 드라마의 추억을 떠올리고, 제주의 민속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느와르? 로드 무비? 표선성당

 

표선성당 본당

영화에서는 자주 극과 극이 만난다. 어렸을 때 보았던 홍콩 느와르에는 유난히 비둘기와 교회가 자주 나왔고, 건달 두목과 여의사가 성당에서 결혼하던 영화 [약속], 아기의 세례를 마친 후 성당 앞에서 벌어진 [대부]의 총격전 역시 영화사에 남은 명장면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에서 빼놓지 않는 스팟이 그 지역에 있는 성당이다. 지친 여행 중에 잠시 다리를 쉴 수 있고, 종교가 무엇이든 기도를 하거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많은 성당들은 그 시대의 건축, 예술의 집약임과 동시에 역사적 증거물이다. 그러고보니 제주에서도 추자도, 용수포구, 우도 등 성당 기행을 다녔다.

 

표선성당의 둥근 벽

 

표선성당은 기존의 성당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성당’하면 상상하는 뾰족한 고딕양식이 아니다. 검정과 회색 돌로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마을의 끄트머리, 성당 입구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자리잡고 있다. 유럽에서 보았던, 도시 중앙에 자리잡고 위풍당당 존재를 드러내는 성당과는 정반대이다.

 

표선성당 종탑

 

성당 입구에 있는 종탑은 소박하다. 제주돌을 쌓고 예전에 있던 낡고 작은 종을 올렸고, 중간의 가로지른 봉은 제주 전통가옥의 정낭을 연상시킨다. 종을 덮은 지붕 역시 제주 초가의 모습과 닮아 있다. 제주 전통의 느낌은 여기까지, 상대적으로 본당의 모습은 매우 모던하다.

 

표선성당 부채꼴모양

 

본당으로 향하는 길은 소나무가 늘어섰다. 옛 성당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을 때 나무를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나무마다 달린 새집도 인상적이다. 교우분들이 한번씩 오셔서 정원을 가꾼다고 하는데, 그 정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짧은 걸음 동안 기도할 마음이 갖춰지는 것도 같고…… 실내로 들어서면 밖에서 본 것처럼 의자의 배치가 반원을 이룬다. 누구나 제단을 잘 볼 수 있겠다. 중앙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상 역시 조금 색다르다. 보통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인데, 이곳의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발의 모양으로 보아 부활하고 승천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최소화하였다. 중간중간 세로로 긴 창, 천장 쪽으로 달린 작은 창에서 예수의 생을 담은 오색빛이 들어온다. 중세에는 신자들이 글을 읽지 못해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으로 성서를 전했다면,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아는 게 문제다. 머리 속에 담은 이론을 반이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성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다른 곳보다 작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신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여행의 여운으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곳에서 혼배성사가 있었다. 아름다운 결혼식의 모습이 사진마다 담겨있었다. 그들에게는 인생의 영화 한 장면을 여기서 만들었다. 고개를 끄덕끄덕, 인정,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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