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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집,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5- 10-2코스: 안도

· 작성자 : 관광진흥과      ·작성일 : 2020-10-19 10:52:20      ·조회수 : 45     

 

그는 프로 복서였고, 쌍둥이였고, ‘촌뜨기’라 불렸고,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책을 보고, 여행을 다녔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어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이제 그의 작품들은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건축학도의 순례를 받고 있다. 제주에도 세 곳, 안도의 작품이 여행자를 부른다. “야, 너두 건축할 수 있어!”

 

자유로운 촌뜨기의 위대한 작품 셋

안도 다다오 건축 기행

 

 

글, 사진 : 여행칼럼니스트 송세진

 

 

 

  

유민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유민미술관(구 지니어스로사이)과 글라스하우스  

유민미술관 돌의문과 수벽

유민미술관은 드러나 있지만 숨겨진 느낌이다. 낮은 지붕과 단순한 입구, 요란하지 않은 사인물,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경계…… 그 와중에 은근하고 조용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2008년 명상센터로 지어진 이 곳은 2016년 휴관 하였다가 2017년 ‘유민미술관’으로 재개관 하였다. 새 이름을 가진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원래 이름인 ‘지니어스로사이’를 같이 표기하는 이유는, 건축가의 의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당초 명상의 공간으로 설계하였기 때문에 ‘전시관’이라는 기능을 갖게 된 지금과 약간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명상센터’라면 사람과 공간이라는 두 개체의 상호작용이 예상되지만, ‘전시관’이라면 사람, 전시물 그리고 이를 더 긴밀하게 이어주는 공간 정도가 아닐까? 그러니까 기능적으로 보자면 전시관으로 바뀌면서 안도 건축물 자체가 조금은 부수적으로 밀려난 듯하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들은 전시물보다는 ‘건축물’을 보러 입장료를 지불한다. 그만큼 이 공간이 주는 안도 건축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민미술관 정원과 돌의문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정원이다. 이 작은 정원은 무언가 하려고 하지 않은 것 같은, 꾸민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첫 방문자에게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건축물을 보러 왔는데 왜 이런 게 있지?’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낮게 올린 돌담 안에 화려한 꽃나무나 조각품도 없다. 공들여 돌본 것 같지 않은 이 마당은 약간은 황량하고 고요하다. 이곳은 제주의 돌, 바람, 여자 등을 상징하며 조금씩 ‘돌의 문’으로 방문자를 이끈다. 이 문과 저 앞에 보이는 또다른 문 사이에는 수벽이 있다. 몇 군데 그의 작품을 둘러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물이다. 그의 건축물에 물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물소리를 들으며 문 끝에 다다르면 개인적으로는 이 건축물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하는 낮고 가로로 긴 창이 뚫려 있다. 그 창으로 ‘성산일출봉!’ 신기하게도 몇 걸음 전 수벽을 지날 때 이 풍광이 보이지 않았다. 물소리로 약간은 정신이 없고, 바깥의 것 들로부터 멀어지며, 알 수 없는 충만함이 차오를 때쯤 위대한 자연이 가슴을 땅 때리는 거다. 매우 드라마틱 하다.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계산을 하는 거지? 거장의 천재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안도 작품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열림과 닫힘’이란 것이 확실하게 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민미술관 마지막 방

 

창을 지나 이어지는 복도는 그 유명한 ‘노출 콘크리트’이다. 여전히 지붕이 없는 야외 공간이지만 여기서부터는 점점 더 건물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꺾고, 꺾고, 꺾고…… 안도는 방문자를 쉽게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자꾸 걷게 만든다.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고, 충분히 보고 감탄하라고 단순하고 좁은 복도로 햇빛을 들여준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다. 시간에 따라 복도에 드리우는 그림자의 느낌도 다르다. 이 또한 그의 계산일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곳은 확실히 명상센터일 때 더 맞아떨어졌을 것 같다.

유민미술관 아르누보 작품 전시

 

마침내 문 하나를 지나면 전시공간이 나온다. 모르는 사이 복도를 따라 조금씩 내려와 지하공간에 다다랐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아르누보 유리공예와 조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 조도가 매우 낮다. 이제는 그냥 나누어진 공간에 이끌려 작품들을 감상한다. 어느 방에 들어가니 한쪽에 다다미가 한 장, 반대편에 벤치가 하나, 그리고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명상의 방이었을까? 잠시 앉아본다. 감상을 마치고 계단을 따라 1층으로 오르면 지금까지에 비해 조금은 평범하고 환한, 카페 같은 공간이 있다. 전시물인 조명들과 건축, 그리고 아르누보 미술에 관한 책을 열람할 수 있다. 출구 문으로 나가면 아까 돌아돌아 내려오던 복도 초입에서 지나쳤던 문이다. 갑자기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안도가 ‘이제 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정동향을 향해 서 있는 글라스하우스

                               

유민미술관과 이웃한 글라스하우스 역시 안도의 작품이다. 그런데 그의 다른 건축물들에 비해 ‘소품’의 느낌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렇다고 이 건물이 작다는 뜻이 아니고 안도의 작품이라기엔 디테일과 열정이 다른 작품 보다는 심플해 보인다. 건물이라기 보다는 조형물의 느낌이 강하다. 제주의 다른 두 건물과 원주의 작품이 자연과의 동화를 강조하고 있다면 이건 ‘나 여기, 안도가 있다!’라고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 두 개의 커다란 직육면체가 만나 정동향을 향해 서서 아침마다 섭지코지의 일출을 독점하고 있다. 유민미술관이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하고 있다면 글라스하우스는 땅에서 솟은 듯 위풍당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본태박물관

 

본태박물관 갤러리

 

본태박물관은 이타이 준의 작품들과 이웃하고 있다. 본태박물관, 포도호텔과 골프하우스, 방주교회 등이 가까워 두 작가의 작품들을 비교 감상하기 좋다. 유민미술관과는 달리 당초에 전시관으로 설계된 이 곳은 5개의 갤러리에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언젠가 SNS에서 쿠사마 야요이 전시물이 두개 밖에 없다고 실망을 표현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건 다른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나 피카소, 달리 등의 작품들이 무심히 툭, 혹은 주루룩 걸려 있으니 여유 있게 감상할수록 보이는 것이 많을 것이다. 물론 이런 유명인들의 작품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안내문에 나와 있는 전통공예나 상례와 같은 것들은 짐작만 했을 때 이질감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실제로 전시 감상을 하게 되면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우리 문화예술품에 다시 한번 놀라고 빠져들게 된다.

본태박물관 명상실

전시 작품 이야기는 이쯤하고 안도의 작품을 보자. 박물관 건물을 밖에서 보면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이지만 이곳 역시 조금씩 조금씩 빠져들게 하는 ‘안도 미로’ 효과가 있다. 여기서도 안도는 방문자를 많이 걷게 한다. 독립적인 건물이 3개, 전시실이 5개이고 이를 연결하는 건 복도, 물, 옥상, 계단 등 위, 아래, 실내, 외로 다채롭다. 갤러리2와 3사이에도 유민미술관처럼 수벽이 있고, 주차장에서 연결된 입구와 명상실 등은 안도 특유의 ‘돌고 돌아’ 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갤러리2는 세개의 동 중 ‘안도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이곳에서 백남준 비디오 아트를 비롯한 현대미술과 함께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고 명상실도 여기에 있다. 전망도 가장 좋아서 산방산, 단산, 모슬봉 등 제주 남서쪽 해안 풍광이 들어온다. 갤러리1이 가장 마지막 동선인데 관람을 마치고 카페테리아를 거쳐 밖으로 나오면 탁 트인 산정호수가 시원스럽다. 호수라는 게 제주에서는 흔치 않은데 이 또한 안도 건축의 일부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본태박물관 호수

 

본태박물관은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감상하기를 권한다. 물론 제주도 다른 전시관에 비해 고가의 입장료를 낸 탓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의미를 생각해볼수록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많은 예술 작품 감상으로 정서적 피로감이 든다면 안도가 마련해 놓은 수벽 사이에서 잠시 멍하니 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겠다. 그렇게 이용하라고 만든 작품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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