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 이향異鄕의 품> |
|---|---|
| 일시 | 2021-05-25 ~ 2021-07-25 |
| 시간 |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
| 관람료 | 성인 1500원, 청소년 및 군인 800원, 어린이 400원 |
| 주최 |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
| 문의 | 064-760-3567 |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이향異鄕의 품
고향(故鄕)은 사전적인 의미로‘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이향(異鄕)은‘자기 고향이 아닌 곳’이기 때문에 타향(他鄕)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데 고향을 떠나는 일을 출향(出鄕)이라고 하며, 그 사연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1970년대 우리나라 농촌 해체기에는 도시에서의 타향살이를‘제2의 고향’으로 인식하였으며 유행가 가사에도 곧잘 등장하였다. 그 이후 도시로 향하던 인구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역으로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제주에도 이주 열풍이 불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이주 동기 또한 다양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여유있는 전원의 삶을 위해서, 혹은 이직으로 귀농의 꿈을 안고, 또는 제주의 역사와 사회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 그리고 제주도 관련 창작을 위해서 제주를 찾는 예술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제주도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제주도의 인상적인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말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특별한 섬의 역사와 천혜의 자연 풍광이다. 역사적으로는 외세와 관련된 내용이 다른 지역보다도 독특한 공동체의 사회사를 낳았다. 고립된 섬이라는 사실에서 몽골 목장의 기능과 일본 정벌의 교두보가 됐으며, 지방민에 대한 높은 착취율 때문에 빈번한 민중 봉기가 일어나는 섬이기도 했다. 또 화산 현무암의 지질과 아열대의 생태적 특성이 섞이면서 발산하는 자연미로 말미암아 이국적인 매력을 풍긴다. 섬의 풍부한 인류학적인 풍속들은 특이하면서도 색다른 공동체 사회의 문화적 특성들을 품고 있다.
이번 이중섭미술관 <이향의 품> 展에는 제주에 둥지를 튼 지 10년이 넘는 김보희 화가와 이명복 화가가 참가하였다. 이들은 제주를 새로운 창작의 고향이자 어머니의 품으로 여기고 있는 화가들이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제주는 늘 생산하고 수확하는 창작의 땅이다.
김보희는 제주의 아열대 자연을 실제보다도 훨씬 싱그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신혼여행을 왔을 때부터 이 섬에 매료되어 2003년 제주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줄곧 작업해 왔다. 그가 제주 자연을 보면서 그려내고 있는 에고(ego)의 세계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태초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자연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오로지 초록의 자연과 동물들만이 존재하는 곳, 문명의 공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토피아의 세계인 것이다. 초록 화면이 주는 생기(生氣, life force)는 마음에서 얻은 평온한 초원이고, 심상의 거울에 비친 원시적 고향의 색울림이다.
김보희는 자연 관찰의 감성적 실험을 통해서 자연 사물의 구조를 이해하고 미학적 가설을 세운다. 이렇게 도출해낸 그의 미학은 전체 화면에 대한 형태들, 구성, 공간 분할에 영향을 주었고, 그가 추구하고 있는 초록의 기운(energy), 색면(色面)의 대비(contrast), 시간의 층위(layer), 대기의 촉촉함(moist), 부드러운 아우라(aura)로 귀결되었다. 그의 작업은 한국화 장르의 채색화에 속한다. 재료의 탄생이 그 땅의 풍토를 말해주는 것처럼 제주라고 하는 자연적 동인(動因)이 재료 선택과 주제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섬세한 채색은 화면의 분할을 통해 전체 구조를 이루고, 다시 공간 분할을 통해 전체를 지탱하게 하여 화면에 축적되듯 정제된 색이 진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The days(그 날들), 130 x 162 cm, a part of 400x1460 cm, 천 위에 채색, 2011-2014
이명복은 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관계하는지에 관심이 많은 화가이다. 12년 전 제주로 이주해와 처음에는 조랑말 작업을 했고, 이후 제주의 4·3 등 역사와 사회적인 문제들을 공부하면서 아름다운 제주 풍광 안에서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였다. 역사가 가르쳐 준 대로 어떤 현실 앞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 한 부류는 역사적 인물들로 제주 4·3과 관련된 사람들이었고, 또 다른 한 인물들은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는 제주의 일하는 여성들이었다.
그의 미학의 뿌리는 일상에 있다. 일상은 역사의 뿌리이기에 제주에서는 생동하는 여성들의 일상에서, 그녀들의 활기찬 미소를 통해서 공동체의 본질을 찾고 있다. 특히 그는 일하는 제주 여성들에게서 제주의 신화시대를 관통하는 여성성을 발견하였다. 그는 다이내믹한 제주 여성의 진솔함, 소박하지만 열정이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름을 넘어서는 세상살이를 발견한다. 현실의 삶은 만만찮고 힘이 들어도 가족을 위해서 작은 꿈을 안고 살아가는 제주의 일하는 여성들이야말로 신화 속 여신의 분신이자 이 땅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명복의 그림 속 제주의 여인들, 일하는 여성들은 대개 원색적인 무늬의 옷을 입고 환경에 맞게 다양한 모자를 쓰고 있으며 손에는 여러 농기구를 들고 있다. 농부, 해녀, 밭 일꾼의 모습에 따라서, 또 계절에 따라 의상이 달라지며 그림의 색채도 다양해진다. 형태 또한 일상의 모습이나 동작에 따라 다양한 동세(動勢)로 나타난다. 이명복의 매력은 일하는 사람들의 긴장감 도는 모습 포착과 동세 표현에 있다.

봄, 177x227cm, 장지에 아크릴, 2020